그레이하운드 버스를 타고 콜로라도 고원을 달려가던 인디언이
갑자기 벌판 한 가운데서 내려달라고 고집했다. 그렇게 고속을 달려가면,
영혼이 육신을 쫓아올 수 없기 때문에,
육신을 멈추어 서서 영혼을 기다리겠다는 것이었다.
 
점보제트기를 타고 유럽에서 한국까지 불과 열 시간만에 날아온 날,
현지 시간 적응한답시고, 반주 곁들여 푸짐하게 저녁을 먹고,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자명종이 울리는 새벽에 눈을 뜬 순간, 여기가 어딘가, 어느 호텔 방인가,
국제선 여객기 속인가, 어느새 집에 돌아왔나, 분별이 안 되어 어리둥절...
억지로 아침 먹고, 늠름하게 출근하니, 그때부터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소
화가 안 되고, 화장실에 못 가고, 하품만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다.

정신은 서울에 돌아왔지만, 육체는 아직도 서양의 어느 도시를 헤매고 있구나
인디언과 다른 점인가 정신보다 느린 나의 육체가 우랄알타이 산맥을 넘어
고비 사막을 지나 동쪽으로 동쪽으로 나를 찾아오려면, 앞으로 두 주일은 더 걸릴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