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처럼
흐를 수 있다는 것에 대하여
나는 생각한다


웃음소리와 울음소리 뒤섞인 시간이
내 눈동자위를 따라 움직이고
그래, 그랬을지도 모를
기쁨 같은 어둠이 창을 넘어
내 이마에 박힌다


희망과 절망의 높이는 언제나 같았다
아무도 모를 일을 나만 아는 듯
포기할 수 없는 침묵을 데리고 떠돌았다
기대는 곳마다 바람이 일었다
나를 떠나 나를 바라보는 일은 잠시 즐거웠다


어제와 오늘 사이에 놓인 어둠이
또 내 어께 위에 박힌다

 

길이 없는 곳에서 길을 내는 일이나
길 위에서 길을 잃는 일은 흔한 일이었다
아니 그보다 더 흔한 것은
사랑하는 일이었다
그것은 나의 전부였고 나의 일부였고
그리고 어떤 형태로든 수용되는 물 같은 것이었다


나는 지금 어디로 보내지는걸까
문득 내 슬픔을 이용했던 헤어짐이랄지
푸성귀 같은 그리움에 목이 마르던 시간
그런 시간이면 내겐 늘 내가 없었다


어둠이 자리를 뜬다
풍경들이 눈을 뜨고 나는 눈을 감는다
무늬처럼 내가 흐르고
두어장 흑백사진 속에 나는 갇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