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만 샛강이 하나 흘러왔다고 하면 될까
바람들이 슬하의 식구들을 데리고
내 속눈썹을 스친다고 하면 될까
봉숭아 씨를 얻어다 화분에 묻고
싹이 돋아 문득
그 앞에 쪼그리고 앉는 일이여
돋은 떡잎 위에 어른대는
해와 달에도 겸하여
조심히 물을 뿌리는 일이여

후일 꽃이 피고 씨를 터뜨릴 때
무릎 펴고 일어나며
一生을 잘 살았다고 하면 되겠나
그 중 몇은 물빛 손톱에게도 건너간
그러한 작고 간결한 一生이 여기 있었다고
있었다고 하면 되겠나
이 애기들 앞에서 

 

 

 

 

시집 <젖은 눈> 문학동네.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