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21
산간 고랭지
눈 덮인 비탈밭
배추들 간격 맞춰 선 채
꼿꼿하게 얼어붙었다
혹한에 내몰린 소년병들
동여맨 허리띠 한번
끄르지 못하고
동정인 채 죽어간다
몽정을 하는 걸까
썩어가는 표피 속에
더러 파랗게 귀두가
살아 있다
얼었다 녹았다
말라비틀어진 배추들
미라가 되어
몇겹 고통으로
제 몸을 두르고
또 두른다
시집 <내 귀는 거짓말을 사랑한다> 창비.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