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19
낫 시퍼렇게 갈아
논두렁을 깎는다
풀에 묻힌 콩 대궁 조심하며
독뱀 튀어오르면 모가지
댕강 날릴 생각도 하다가
땀 훔치며
허리 펴니
풀향기가 사방을 에워싼다
몸 잘린
풀들이
향기롭다니!
내 핏속에 잠재되어 있는
잔인한 감각의 멱을 일순 따버리는
낫보다 시퍼렇게 날 선 풀향기
시집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창비.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