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05
신장이식수술을 끝낸 친구는 간호사에게 감사의 편지를 썼다
죽으러 가는 잎새들로 바람은 살아 있음을 깨닫는다
며칠전에 만난 까치에게 눈인사를 했다
개미처럼 달려가고 싶다
어머니의 젖을 물러,
수양버들 이파리가 흙먼지처럼
흩날리는 것은 그리움이 미쳤기 때문이다.
나 자신에게 결국 믿음이 없어 떠나왔던 것이다.
수레바퀴국화를 선물했던 누이의 탓이 아니다.
나의 생태계, 손금은 알리라
다시는 나의 손으로 포장할 수 없는 사람 앞에
나타나고 싶지 않았던 날의
나를.
사실은 우리 모두 귀족이고 싶었다.
토익TOIEC 점수로만 나를 계산할 수 있었던,
대학시절, 인간임을 기억하고 싶었으나 말을 할 수 없었고
편지쓰기를 좋아했다. 겨울철이 와도 거리엔 영정을 든
여인들이 추엽처럼 아스팔트를 떠돌았다.
사진을 보면 천년을 썩지 않을 눈망울들,
누이가 사 준 볼펜을 잃어버려 더더욱 어쩔 줄 모르겠던 한 해가
초상집 잉걸불 연기처럼 사라진다.
사랑하는 사람이 살아 있기에 살고 싶었다
형광등이 떨어질까봐 두려워
잠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자취방 벽에
이름 석자를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