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31
아내와 여행을 가다가
싸우고 돌아오는 길
기름을 넣으려고 주유소에 들어간다
‘가득이세요’ 라는 말이
‘가족이세요?’ 라는 말로 들리는 순간
가득과 가족 사이에서 잠시 묘연해진다
가득이라는 것은
바닥난 속을 온전히 채우는 것이고
가족이라는 것도
서로의 빈 곳을 채워주어야 하는데
아내는 옆자리에서 눈감고
메마른 유전을 건너가고 있다
아무리 채우려 해도 금세 빠져나가는
사소한 빈틈
서로 다른 곳을 적시고 있는 건 아닐까
가득이 가족으로 들리는 배후가 궁금해진다
연료가 소진되며 자동차가 굴러가듯
그동안 우리 사이에 소진된 것은 무엇인가
소모되는 것들의 힘으로
일상을 지속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바닥난 가족을 가득 채우러
다시 길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