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모든 것들은 지나가고
모든 것들은 머물다 간다

비 지나가고 나면
비 지나간 자리는 젖고

비 지나간 자리는
볕만이 와서 말리고 간다

이럴 때는, 볕이 지나가고
볕이 머물다 간 것이 된다

사람의 흉중으로도 때론 비 지나가고
그 자리 위로, 볕이 머물다 가기도 한다.


2
비 지나가고, 볕이 와서 머물다 갔더라도
마음이 지닌 것 중에 못 말리는 것이 하나 있다

비 지나가고, 제아무리 볕이 와서 머물다 갔더라도
먼 곳을 향해 젖어 있는 눈시울 같은 기억이 있다

 

 

-시집『구석』(실천문학사,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