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31
어쩌면 꿈인지도 몰라
눈 덮인 산에 올라 나뭇짐을 꾸리던
새벽녘 밥 냄새에 횟배를 앓던
싸리꽃 어지럽던 고향
어쩌면 꿈인지도 몰라
너와 기약했던 세월,
반짝이는 저녁강에 이제 없는지도 몰라.
눈보라 몰아치는 바람소리 무섭던날
한 번 돌아보지 못하고 떠나온 고향
어쩌면 꿈인지도 몰라.
베란다에 앉아 빌딩숲 마주보며
언뜻언뜻 보이는 야산들
그 한줄기 초록빛에 휘둘려
아득해지는 마음.
어쩌면
초저녁 울 너머로 걸려 있던
별도,달도
다 지워졌는지 몰라.
박두규 시집 <당몰샘> 실천문학.200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