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05
아직은 익지도 않은 감이
땅에 떨어진다
떨어지면서 감은 겉껍질에 상처가 난다
깨어진 껍질에서 진물 같은 것이 나와서 제 상처를 감싼다
떨어져서도 보호해야 할 그 무엇이 그 안에 있었을까
떨어진 감은 겉에서부터 썩어갈 것 같은데
그 안에 모든 것이 썩어서 사라질 때까지
그 얇은 껍질이 감의 형상을 붙잡고 있다
조개가 빠져나간 조개껍데기가 그렇듯이
감을 감으로 불리우게 하는,
그 무엇을 그 무엇으로 불리우게 하는 것은
다 사라진 뒤에도
사라진 그것을 추억하는
그 얇은 껍질인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껍질을 버린다는 것은,
껍질을 벗는다는 것은
추억할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다는 것
그리하여
바람 속에 바스락 소리도 없이 무너져 가며
감의 기억을 붙잡고 있는 저 껍질을
비단조개의 껍데기를 오래 바라보듯
나 오래 바라보고 있다
시집 <마늘 촛불> 애지. 2009